출시된지 1년이나 된 2019년형 페이스리프트 아이오닉 EV 를 지인이 구매하는 덕에 조금 자세히 시승해볼 기회를 가졌다. 한달 정도 전의 일인데,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수 시장이 얼어붙었는데다 이미 상품성이 외견상 뒤떨어져보이는 구 모델이라 상당한 폭의 할인을 받아서 구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9년 페이스리프트 아이오닉 EV (이하 페리오닉) 은 섀시와 파워일렉트릭 측면에서 거의 풀 체인지 수준의 변화가 있었다.

 

섀시와 파워일렉트릭 측면에서
거의 풀 체인지 수준의 변화

 

가용 배터리 용량이 28 kWH 에서 37 kWH 로 대폭 증가되며 공식 주행가능거리가 초기모델 기준 191 km 에서 271 km 로 늘어났다. 전압 또한 380 V 시스템에서 320 V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배터리 증가분을 중량 배분의 불균형 없이 잘 탑재하기 위하여 하부 섀시의 상당한 설계 변경이 따랐고,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초기형의 1,445 kg 대비 1,530 kg 으로 공차중량이 증가되었다. 실질적으로 동일 플랫폼인 아반떼 AD 의 공차중량이 1,230-1,280 kg 정도로 분포하는 것을 생각하면 코나 일렉트릭의 1,685 kg 보다는 가볍다지만, 그래도 페리오닉은 상당히 무거운 편임을 알 수 있다.

 

출처 : insideevs.com

 

느려진 급속충전 속도

완속 OBC 는 6.6 kW 에서 7.2 kW 로 용량이 커졌지만, 콤보 방식의 급속충전은 속도가 대폭 느려지면서 많은 비난을 샀다. 기존 속칭 콤보오닉은 최대 70 kW 의 출력으로 SoC 75%까지 쭈욱 뽑아주다가 (CC) 84%에서 22 kW 로 느려지고 테이퍼링이 되었지만 (CV) 바로 이 페리오닉은 최대 50 kW 의 출력으로 충전이 되다가 거의 SoC 50%부터 다단계 테이퍼링이 된다. 가뜩이나 중량이 늘어 전비도 떨어지는데 실질적으로 장거리 주행시 급속충전을 반복하게 되는 30 – 80% SoC 영역에서 무척 답답한 흐름을 보여주며, 실질적으로는 20 – 65 % SoC 영역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하게 된다.

즉 반복 급속 충전이 동반된 500km 이상 여정의 장거리 주행 에서는 첫 출발을 제외하면 초기형 아이오닉 EV 보다 나을 것이 없게 된다.늘어난 중량을 추진하기 위해 모터의 출력은 88kW 에서 110kW 로 증가되었다. 그러나 최대토크는 295.0Nm 로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해외의 평을 보면, 구형이 60마일 가속에 8.6 초가 소요된 데 비해 신형은 8.5 초가 소요되어, 실질적으로 가속 성능에는 실질적 개선은 없다.

 

 

이러한 페리오닉을 2시간 정도에 걸쳐
도로에서 경험하고, 실제로
급속과 완속충전도 해 보게 되었다.

 

 

달라진 거동

가장 먼저, 차량의 거동이 약간 달라졌음을 느낀다. 분명히 급가속 시에 피칭이 좋은 방향으로 감소되었으며, 전반적으로 보다 부드럽게 가속되는 것은 구형보다 나아진 부분이다. 그리고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셋팅인데 스포츠 모드로 진입하더라도 악셀 페달과 모터 토크의 반응 곡선이 기존 대비 둔화되었다. 구형은 이것이 매우 선형적이어서 조금만 급격히 가속하려 하면 미쉐린 순정 타이어로는 많은 휠스핀을 낼 수 있었고 (타이어를 AS-EV 같은 좋은 것으로 바꾸면 되지만) 이런 느낌을 싫어하는 유저들도 많았을 것이다.

페리오닉에서는, 현대는 타이어를 더 찐득한 것으로 바꾸는 대신 차량의 레스폰스를 둔화시키는 방향으로 셋팅을 조정하고 말았다. 아주 대부분의 – 내연차에서 넘어오는 – 유저들은 이러한 셋팅이 보다 익숙하고 쾌적할 것이다.

 


개선된 소음과 진동

구형의 아이오닉에서 많은 불만의 원인이었던 허접한 NVH 처리 부분도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느꼈다. 전체적으로 구형은 운전 행위가 스파르탄한 느낌이었다면 신형은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바뀌었다.서스펜션 셋팅도 바뀐 것일까? 혹은 내가 구형 아이오닉에 장착된 경량 휠과 AS-EV 타이어 조합의 경쾌함에 너무 익숙해 진 것일까?

급격한 횡축 거동에서 다소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일상 주행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스포츠 드라이빙 용으로 셋팅을 하지 않은 것을 분명히 고지해 주는 느낌이다. 15인치 휠에 순정 타이어를 장착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느낌에 가깝다.

 

 

콤보로 실제 급속충전을 해보니, 역시 느리다. 옆의 택시가 함께 충전하였기 때문에 제 속도가 나오지 않는데, 택시가 테이퍼링이 어느정도 된 후에도 역시 45 kW 정도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우수한 배터리 효율

2시간 정도의 시내주행을 마치고 전비를 확인하였을 때 놀란 것은 효율성에서는 구형과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페리오닉은 내연차 파생형 전기차로서 전기차 전용 준중형모델인 모델 3에 필적하는 효율성 마저 보인다.

100kg 가까운 기존 모델대비 중량 상승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관리와 모터 컨트롤, 회생 제동 관리 등이 무척 우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거의 10 km/Kwh 에 달하는 전비였는데, 일상적으로 완속 충전기나 파워큐브 등으로 100%까지 채워서 타는 경우라면 350 km 가까이 탈 수 있을 테니 2년 전 까지 많이 하던 대전-서울 ‘찍고 가기’ 형태의 출장이라도 그렇게 힘들 게 없는 성능이다. 하루 300km 정도 뛰는 개인택시로서는 최강의 차량이지 않을까.

 


시대에 걸맞는 전자장비들

ASCC+HDA, 최신 OTA 적용의 인포테인먼트 등 시대에 걸맞는 전자장비 또한 만족스럽다. 코나에서 적용되기 시작한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과 ASCC 레이더를 이용한 지능형 회생제동 모드도 무척 좋다. 다만, 블루투스 칩이 나쁜것인지 DAC가 나쁜것인지, 구형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카오디오의 디지털 음원 재생시 발생하는 앨리어싱 현상은 여전하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조용하기 때문에 이런 단점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을 알 텐데도 유저 경험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요소에 푼돈을 아껴서 상품성을 대폭 떨어뜨리는 것이 현대차의 늘 안타까운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페리오닉은 구 아이오닉의 장점인 우수한 전비, 넓은 적재 공간과 코나 이후의 각종 전자장비, 개선된 NVH 등을 모두 조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할인 덕에 거의 구형 아이오닉 가격에 구입이 가능한, 먼치킨에 가까운 차량이다. 옥의 티는 콤보 급속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과 디지털 음원 재생시의 오디오 음질. 하지만 이 먼치킨 같은 모델도 결국 판매 부진, 상품성 저하와 함께 안타깝게도 단종의 수순을 밟게 된다. 무엇보다 E-GMP 기반의 한 단계 나아진 신모델이 어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아이오닉 일렉트릭 – 전기차에 대한 달라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