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기술이 양립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멋지게 뽑아낸 렌더링 디자인이 양산 모델에서는 적잖이 달라집니다. 과도하게 멋 부린 디자인은 사용에 불편하거나 규제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디자이너가 차의 겉모습을 그릴 땐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싶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이나 공격적인 범퍼 디자인 등을 예로 들 수 있죠. 반면, 숨겨 두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대부분 꼭 필요한 기능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과거 자동차들은 편리을 위해 디자인 일부를 포기해 왔습니다.?그러나 점차 디자인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로 전환됐죠. 디자인을 위해 기능의 편리함은 한 발 양보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 외부에 ‘꽁꽁’ 숨겨둔 재미있는 요소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알려주지 않으면 도통 찾기 힘든 ‘트렁크 버튼’

먼저 교묘하게 숨겨진 트렁크 오픈 버튼입니다. 트렁크 리드가 위·아래로 분리된 디자인은 뒤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턱이 있습니다. 그곳에 버튼을 달면?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안쪽으로 넣어 누르면 됩니다. 이러면 시각적으로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넓은 면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택하면?마땅히 트렁크 버튼을 숨길 곳이 없습니다. 어디에 두어도 눈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대게 이곳에 버튼과 카메라가 있다

제조사들은 미려하지만 기능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짜냅니다. 그중 쏘나타 뉴 라이즈는 ‘H’ 엠블럼을 활용했습니다. 엠블럼 안 4면 중 12시 방향에 트렁크 버튼을 숨겨 두었죠. 그러나 가까이 봐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버튼의 물리적인 상하 움직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출시한 K7 프리미어는 ‘KIA’ 엠블럼 전체가 트렁크 오픈 버튼입니다. 손으로 누르면 엠블럼 전체가 안으로 살짝 들어가죠. 역시 디자인에 방해 없이 트렁크 오픈 기능을 잘 살려냈습니다.

푸조는 508(이전 모델)의 후면 우측에 자리한 뉴메릭 로고 ‘0’의 안쪽에 트렁크 버튼을 숨겨두었습니다. 일화로 선배 기자와 시승 중 트렁크 버튼을 찾아보란 질문에 엄청 헤맸습니다. 결국 트렁크 버튼을 찾지 못했고 답을 알고 나선 기발함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어디서 비추는 걸까? ‘후방 카메라’

후방 카메라의 편리함을 한 번 맛보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후방 카메라 역시 상·하로 분리된 트렁크에는 오픈 스위치 옆에 자리합니다. 트렁크나 백도어를 평면으로 디자인하면 두어야 할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현대 i30는 엠블럼을 활용했습니다. 운전자가 변속 레버를 ‘R’에다 두면 엠블럼이 90도 정도 회전합니다. 이때 안쪽에 숨겨진 카메라 모듈이 나타나죠. 후진이 끝나면 카메라는 다시 사라집니다. 간결한 트렁크 디자인으로 돌아옵니다. 폭스바겐은 이렇게 회전하는 타입의 엠블럼을 트렁크 오픈 기능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크로스오버 타입의 SUV, 기아 니로에는 후면 와이퍼 하단 공간을 활용했습니다. 자동차 앞뒤 유리의 테두리는 보통 블랙 컬러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위치시킨 카메라 모듈도 비슷한 컬러의 커버로 덮어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작동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헤드램프 워셔’

헤드램프 워셔(클리너)는 운전자가 직접 보기가 어렵습니다. 헤드램프가 켜진 상태에서 윈도 워셔를 동작해야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따로 동작하는 스위치가 있기도 했습니다. 헤드램프 워셔는 램프에 달라붙은 이물질을 없애줍니다. 그러나 주된 목적이 운전자의 밝은 시야를 위해서가 아니죠.

헤드램프의 빛은 마주 오는 운전자를 위해?너무 위쪽을 비추면 안 됩니다. 법으로 조사각을 규정해 두는 이유죠. 하지만?헤드램프 앞부분에 먼지와 이물질이 붙으면 빛은 산란이 일어납니다. 정해진 방향으로 빛이 직진할 수 없죠. 때문에?헤드램프 워셔는 밝기 20,000루멘 이상의 밝은 눈을 가진 차에 장착하게 됩니다.

알고 있어도 당황하는 ‘도어 캐치’

특별한 2열 아웃사이드 도어 캐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쉐보레 스파크를 꼽을 수 있죠. 평범한 차 문의 손잡이는 도어 패널 상단에 자리합니다. 그러나 스파크는 뒷문 손잡이 위치를 윈도 뒷부분으로 선택했습니다. 블랙 컬러의 플라스틱 장식물과 일체감을 이룹니다.

스파크 이외에도 벨로스터, 클리오, 쥬크, DS4 등에 널리 적용돼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익숙해진 타입의 도어 캐치입니다. 그러나 가끔 이 차들에 뒷자리에 탈 때면 머리는 알지만 손은 도어 중간쯤을 헤매곤 합니다. 장시간 익숙해진 습관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한 번쯤 직접 만져보고 싶은 ‘엠블럼’

후드 오너먼트 ‘환희의 여신(Sprit of Ecstasy)은 1920년부터 롤스로이스 모델에 등장했습니다. 판테온 신전을 본뜬 그릴과 함께 롤스로이스를 대표하는 상징물입니다. 이 ‘환희의 여신’ 오너먼트는 제작 과정에서 상당한 정교함을 요구합니다. 굉장히 고가로 알려졌고 도난사고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밖으로 돌출된 디자인에서 비롯된 이유에서죠.

‘환희의 여신’ 오너먼트가 맞이한 위기는 또 있습니다. 스탠딩 엠블럼 형태는 보행자 사고 시 큰 위협의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롤스로이스는 충격이 감지되면 순식간에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변화를 주게 됩니다. 또한 2003년에는 모션 센서를 활용해 주변 움직임이 감지해 숨기는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고석연 기자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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