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수소차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수소차 굴기’에 나서면서 내년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일본과 함께 수소차 패권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한 ‘NEV(New Energy Vehicle·뉴 에너지 비히클) 크레디트 제도’를 최근 개편했다. 당초 최대 5크레디트를 부여할 계획이던 전기차는 3, 4로 낮추고 수소차는 5크레디트에서 6크레디트로 올린 것이다. 이 제도에 따라 완성차업체가 일정 비율만큼 크레디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한다. 가령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엔진차를 연간 10만 대 생산·판매하면 이중 10%인 1만대를 전기차와 수소차(크레디트 비율대로)로 팔아 총합 1만 크레디트를 얻어야 벌금을 내지 않는다.

이번 개편으로 중국 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보다 수소차를 더 많이 팔아야 유리해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크레디트 의무비율을 10%로 시작한 뒤 2020년 12%, 2021년 14%, 2022년 16%, 2023년 18%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수소 충전소 건설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정부 업무 보고에 수소전기차 산업에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은 이 때가 처음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 확대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2017년 12월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수소기본전략’을 세운 일본 역시 내년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만들어 수소경제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113곳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했고 내년까지 도쿄에만 수소충전소를 35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도요타는 수소차 ‘미라이’의 후속 모델도 개발 중이다.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미라이를 대폭 개량해 올림픽 기간에 의전용 차량으로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을 개조해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를 내놨던 현대차도 중국과 일본의 도전에 맞서 경쟁력 있는 차량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18년 초에는 세계 최장 주행거리를 뽐내는 수소차 넥쏘를 내놓은데 이어 22일에는 신형 수소트럭 ‘HDC-6 넵튠’도 공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는 수소차의 특성상 전기차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대형차·대형트럭 등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2022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 일반 수소충전소 190곳과 버스 전용 충전소 60곳, 고속도로 등 교통거점에 60곳의 수소충전소를 만들어 전국 어디서라도 30분 내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독일 업체들까지 뛰어든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차 생산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수소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비를 떨어뜨리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가 충전소 구축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물론 더 적극적인 보급 계획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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