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벤츠를 만드는 독일 다임러그룹 등과 협력해 유럽에서 자율주행 분야의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에서도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을 찾고 있는 현대차가 독일에서도 기술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위해 조(兆) 단위 투자와 ‘합종연횡’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과감히 ‘적(敵)과의 공생’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 3월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내세운 ‘개방형 혁신’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18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다임러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육성·투자 연합체인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합류했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다임러가 첨단 모빌리티(이동 수단)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2016년 5월에 설립한 기구다. 이후 BMW그룹의 포르셰와 일본 전기업체 무라타 등 총 27개사가 참여해 유럽 내 55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교류하고 있다. 현대차는 완성차 업체 중 독일차를 제외하곤 처음으로 연합체의 정식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4월 독일 베를린에 스타트업 발굴 사무소인 ‘크래들’을 열면서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베를린 사무소의 에드빈 에릭슨 소장(상무)은 “다임러나 포르셰 등 완성차 업체와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해 관심사를 공유할 기회가 많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들과 직접 협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지 스타트업 중에서 사업성을 검증했거나, 직접 접촉해 기술력을 확인한 곳을 대상으로 하반기(7∼12월)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임러 및 포르셰와 공동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해 필요할 경우 공동투자도 한다.

현대차가 경쟁 관계의 기업과도 협력하는 것은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서는 독자적으로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존 완성차와 달리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방대한 도로·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들은 그동안 제조 기술에서만 역량을 쌓았기 때문에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 이른바 ‘갑’이 된 상황이다. 미국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 기반이 취약한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들은 이미 기업가치가 수조 원 수준으로 성장한 미국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가 버겁다. 이 때문에 연합해 유망 업체를 발굴할 수밖에 없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크게 구글 포드 GM 다임러 등의 연합체가 경쟁하는 구도가 짜였는데, 현대차는 최근까지 독자 행보를 이어온 만큼 외부와의 협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이 더딘 것도 현대차의 고민이다. 미국처럼 자국 자율주행차 생태계가 튼실하지 않아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싼값에 투자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자율주행 관련 사업을 하는 국내 스타트업 19곳이 지난해 받은 총투자금은 474억 원에 그쳤다. 이 중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영상인식 기술 업체 스트라드비젼뿐이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의 계동경 대표는 “수년 전부터 막대한 도로·주행 데이터를 쌓은 미국 기업과 (규제 때문에) 데이터 수집에 제약을 받은 한국 기업의 기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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